6:1 예수께서 그들에게 "사람들을 모두 앉혀라." 하고 분부하셨다. 마침 그 곳에는 풀이 많았는데 거기에 앉은 사람은 남자만 약 오천 명이나 되었다.
6:2 그 때 예수께서는 손에 빵을 드시고 감사의 기도를 올리신 다음, 거기에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 달라는 대로 나누어주시고 다시 물고기도 그와 같이 하여 나누어주셨다.
6:3 사람들이 모두 배불리 먹고 난 뒤에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"조금도 버리지 말고 남은 조각을 다 모아들여라." 하고 이르셨다.
6:4 그래서 보리빵 다섯 개를 먹고 남은 부스러기를 제자들이 모았더니 열두 광주리에 가득 찼다.
6:5 예수께서 베푸신 기적을 보고 사람들은 "이분이야말로 세상에 오시기로 된 예언자이시다." 하고 저마다 말하였다.
6:6 예수께서는 그들이 달려들어 억지로라도 왕으로 모시려는 낌새를 알아채시고 혼자서 다시 산으로 피해 가셨다.
6:7 그 날 저녁때 제자들은 호숫가로 내려가서
6:8 배를 타고 호수 저편에 있는 가파르나움으로 저어갔다. 예수께서는 어둠이 이미 짙어졌는데도 그들에게 돌아오지 않으셨다.
6:9 거센 바람이 불고 바다 물결은 사나워졌다.
6:10 그런데 그들이 배를 저어 십여 리쯤 갔을 때 예수께서 물 위를 걸어서 배 있는 쪽으로 다가오셨다. 이 광경을 본 제자들은 겁에 질렸다.
6:11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"나다, 두려워할 것 없다." 하시자
6:12 제자들은 예수를 배 안에 모셔 들이려고 하였다. 그러나 배는 어느새 그들의 목적지에 가 닿았다.
6:13 그 이튿날의 일이다. 호수 건너편에 남아 있던 군중은, 거기에 배가 한 척밖에 없었는데 예수께서는 그 배에 타지 않으시고 제자들끼리만 타고 떠난 것을 알고 있었다.
6:14 한편 티베리아로부터 다른 작은 배 몇 척이 주께서 감사의 기도를 드리시고 빵을 나누어 먹이시던 곳으로 가까이 와 닿았다.
6:15 그런데 군중은 거기에서도 예수와 제자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그 배들을 타고 예수를 찾아 가파르나움으로 떠났다.
6:16 그들은 호수를 건너가서야 예수를 찾아내고 "선생님, 언제 이쪽으로 오셨습니까?" 하고 물었다.
6:17 예수께서는 "정말 잘 들어두어라. 너희가 지금 나를 찾아온 것은 내 기적의 뜻을 깨달았기 때문이 아니라 빵을 배불리 먹었기 때문이다.
6:18 썩어 없어질 양식을 얻으려고 힘쓰지 말고 영원히 살게 하며 없어지지 않을 양식을 얻도록 힘써라. 이 양식은 사람의 아들이 너희에게 주려는 것이다. 하느님 아버지께서 사람의 아들에게 그 권능을 주셨기 때문이다." 하고 말씀하셨다.
6:19 사람들은 이 말씀을 듣고 "하느님의 일을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합니까?" 하고 물었다.
6:20 예수께서는 "하느님께서 보내신 이를 믿는 것이 곧 하느님의 일을 하는 것이다." 하고 대답하셨다.
6:21 그들은 다시 "무슨 기적을 보여 우리로 하여금 믿게 하시겠습니까? 선생님은 무슨 일을 하시렵니까?
6:22 '1)그는 하늘에서 빵을 내려다가 그들을 먹이셨다.' 한 성경 말씀대로 우리 조상들은 광야에서 만나를 먹었습니다." 하고 말했다.칠십인역 시편 78:24(출애 16:15; 느헤 9:15 참조).
6:23 예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. "정말 잘 들어두어라. 하늘에서 빵을 내려다가 너희를 먹인 사람은 모세가 아니다. 하늘에서 너희에게 진정한 빵을 내려주시는 분은 내 아버지이시다.
6:24 하느님께서 주시는 빵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이며 세상에 생명을 준다."
6:25 이 말씀을 듣고 그들이 "선생님, 그 빵을 항상 저희에게 주십시오." 하자
6:26 예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셨다. "내가 바로 생명의 빵이다. 나에게 오는 사람은 결코 배고프지 않고 나를 믿는 사람은 결코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.
6:27 내가 이미 말하였거니와 너희는 나를 보고도 나를 믿지 않는다.
6:28 그러나 아버지께서 내게 맡기시는 사람은 누구나 나에게 올 것이며 나에게 오는 사람은 내가 결코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.
6:29 나는 내 뜻을 이루려고 하늘에서 내려온 것이 아니라 나를 보내신 분의 뜻을 이루려고 왔다.
6:30 나를 보내신 분의 뜻은 내게 맡기신 사람을 하나도 잃지 않고 마지막 날에 모두 살리는 일이다.
6:31 그렇다. 아들을 보고 믿는 사람은 누구나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는 것이 내 아버지의 뜻이다. 나는 마지막 날에 그들을 모두 살릴 것이다."
6:32 이 때 유다인들은 "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빵이다." 하신 예수의 말씀이 못마땅해서 웅성거리기 시작하였다.
6:33 "아니, 저 사람은 요셉의 아들 예수가 아닌가? 그의 부모도 우리가 다 알고 있는 터인데 자기가 하늘에서 내려왔다니 말이 되는가?"
6:34 그 말을 들으시고 예수께서는 "무엇이 그렇게 못마땅하냐?
6:35 나를 보내신 아버지께서 이끌어주시지 않으면 아무도 내게 올 수 없다. 그리고 내게 오는 사람은 마지막 날에 내가 살릴 것이다.
6:36 예언서에 그들은 모두 하느님의 가르침을 받을 것이라고 기록되어 있다. 누구든지 아버지의 가르침을 듣고 배우는 사람은 나에게로 온다.
6:37 그렇다고 해서 아버지를 본 사람이 있다는 것은 아니다. 하느님께로부터 온 이밖에는 아버지를 본 사람이 없다.
6:38 정말 잘 들어두어라. 믿는 사람은 누구나 영원한 생명을 누린다.
6:39 나는 생명의 빵이다.
6:40 너희의 조상들은 광야에서 만나를 먹고도 다 죽었지만
6:41 하늘에서 내려온 이 빵을 먹는 사람은 죽지 않는다.
6:42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. 이 빵을 먹는 사람은 누구든지 영원히 살 것이다. 내가 줄 빵은 곧 나의 살이다. 세상은 그것으로 생명을 얻게 될 것이다." 하고 말씀하셨다.
6:43 유다인들이 이 말씀을 듣고 "이 사람이 어떻게 자기 살을 우리에게 먹으라고 내어줄 수 있단 말인가?" 하며 서로 따졌다.
6:44 예수께서는 다시 이렇게 말씀하셨다. "정말 잘 들어두어라. 만일 너희가 사람의 아들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시지 않으면 너희 안에 생명을 간직하지 못할 것이다.
6:45 그러나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누릴 것이며 내가 마지막 날에 그를 살릴 것이다.
6:46 내 살은 참된 양식이며 내 피는 참된 음료이기 때문이다.
6:47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서 살고 나도 그 안에서 산다.
6:48 살아 계신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셨고 내가 아버지의 힘으로 사는 것과 같이 나를 먹는 사람도 나의 힘으로 살 것이다.
6:49 이것이 바로 하늘에서 내려온 빵이다. 이 빵은 너희의 조상들이 먹고도 결국 죽어간 그런 빵이 아니다. 이 빵을 먹는 사람은 영원히 살 것이다."
6:50 이것은 예수께서 가파르나움 회당에서 가르치실 때 하신 말씀이다.
6:51 제자들 가운데 여럿이 이 말씀을 듣고 "이렇게 말씀이 어려워서야 누가 알아들을 수 있겠는가?" 하며 수군거렸다.
6:52 예수께서 제자들이 당신의 말씀을 못마땅해 하는 것을 알아채시고 "내 말이 귀에 거슬리느냐?
6:53 사람의 아들이 전에 있던 곳으로 올라가는 것을 보게 되면 어떻게 하겠느냐?
6:54 육적인 것은 아무 쓸모가 없지만 영적인 것은 생명을 준다. 내가 너희에게 한 말은 영적인 것이며 생명이다.
6:55 그러나 너희 가운데는 믿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." 하고 말씀하셨다. 예수께서는 믿지 않는 사람들이 누구며 자기를 배반할 자가 누구인지 처음부터 알고 계셨던 것이다.
6:56 예수께서는 또 이어서 "그래서 나는 아버지께서 허락하신 사람이 아니면 나에게 올 수 없다고 말했던 것이다." 하고 말씀하셨다.
6:57 이 때부터 많은 제자들이 예수를 버리고 물러갔으며 더 이상 따라다니지 않았다.
6:58 그래서 예수께서는 열두 제자를 보시고 "자, 너희는 어떻게 하겠느냐? 너희도 떠나가겠느냐?" 하고 물으셨다.
6:59 그러자 시몬 베드로가 나서서 "주님, 주님께서 영원한 생명을 주는 말씀을 가지셨는데 우리가 주님을 두고 누구를 찾아가겠습니까?
6:60 우리는 주님께서 하느님이 보내신 거룩한 분이심을 믿고 또 압니다." 하고 대답하였다.
6:61 그러자 예수께서는 "너희 열둘은 내가 뽑은 사람들이 아니냐? 그러나 너희 가운데 하나는 악마이다." 하고 말씀하셨다.
6:62 이것은 가리옷 사람 시몬의 아들 유다를 가리켜 하신 말씀이었다. 유다는 비록 열두 제자 가운데 하나였지만 나중에 예수를 배반할 자였다.
6:63 그 뒤에 예수께서는 유다인들이 자기를 죽이려고 했으므로 유다 지방으로는 다니고 싶지 않아서 갈릴래아 지방을 찾아다니셨다.
6:64 그런데 유다인들의 명절인 초막절이 가까워지자
6:65 예수의 형제들이 예수께 "이 곳을 떠나 유다로 가서 당신이 행하시는 그 훌륭한 일들을 제자들에게 보이십시오.
6:66 널리 알려지려면 숨어서 일해서는 안 됩니다. 이런 훌륭한 일들을 할 바에는 자신을 세상에 드러내는 것이 좋겠습니다." 하고 권하였다.
6:67 이렇듯 예수의 형제들조차도 그분을 믿지 않았던 것이다.
6:68 그래서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이렇게 대답하셨다. "너희에게는 아무 때나 상관없지만 나의 때는 아직 오지 않았다.
6:69 세상이 너희는 미워할 수 없지만 나는 미워하고 있다. 세상이 하는 짓이 악해서 내가 그것을 들추어내기 때문이다.
6:70 너희는 어서 올라가서 명절을 지내라. 아직 나의 때가 되지 않았으니 나는 이번 명절에는 올라가지 않겠다."
6:71 예수께서는 형제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시고 계속하여 갈릴래아에 머무르셨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