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KOREAN 공동번역 개정판
27:1 그러나 백인대장은 바울로의 말보다는 선장과 선주의 말을 더 믿었다.
27:2 게다가 그 항구는 겨울을 날 만한 곳이 못 되어 대다수의 의견대로 그 곳을 떠나 할 수만 있으면 페닉스로 가서 겨울을 나기로 하였다. 페닉스는 그레데 섬에 있는 항구로 서남쪽과 서북쪽을 바라볼 수 있는 곳이었다.
27:3 때마침 남풍이 순하게 불어왔다. 그래서 사람들은 이젠 되었다고 생각하고 닻을 올리고 그레데 해안에 바싹 붙어서 항해하였다.
27:4 그런데 얼마 안 가서 섬 쪽에서 유라퀼로라는 태풍이 불어와서
27:5 배가 바람에 휘말리게 되었다. 우리는 바람을 뚫고 나갈 수가 없어서 바람이 부는 대로 배를 내맡기고 표류하기 시작하였다.
27:6 가우다라는 조그만 섬을 북쪽으로 끼고 가는 동안에 우리는 끌고 가던 거룻배를 간신히 바로잡을 수가 있었다.
27:7 선원들은 거룻배를 끌어올리고 배가 부서지지 않게 선체를 밧줄로 동여맸다. 그대로 가다가는 리비아 해안의 모래 바닥에 처박힐 염려가 있어서 돛을 내리고 계속 표류하였다.
27:8 태풍에 몹시 시달리다 못해 이튿날에는 화물을 바닷속으로 집어 던졌고
27:9 또 그 다음날에는 선원들이 배의 장비를 제 손으로 내던졌다.
27:10 여러 날 동안 해도 별도 보이지 않고 태풍만이 거세게 불어닥쳐서 마침내 우리는 살아 돌아갈 희망을 아주 잃고 말았다.
27:11 그 때 바울로가 일어서서 오랫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시달려 온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였다. "여러분, 내 말대로 그레데 섬을 떠나지 않았어야 했습니다. 그랬더라면 우리는 이런 재난과 손실은 겪지 않았을 것입니다.
27:12 그러나 이제라도 제발 기운을 내십시오. 배는 잃겠지만 여러분의 목숨만은 하나도 잃지 않을 것입니다.
27:13 바로 어제 밤에 나를 지배하시는 하느님 곧 내가 섬기는 하느님의 천사가 나타나서
27:14 나더러 두려워하지 말라고 하며 내가 반드시 황제 앞에 서게 될 것이며 나와 동행하는 여러분을 하느님께서 이미 모두 나에게 맡겨주셨다고 했습니다.
27:15 그러니 여러분, 기운을 내십시오. 나는 하느님께서 일러주신 대로 모든 일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습니다.
27:16 이제 우리는 어떤 섬에 밀려가 닿게 될 것입니다."
27:17 우리가 아드리아 바다에서 표류하기 시작한 지 열나흘째 되던 날 밤이었다. 한밤중에 선원들은 육지에 가까이 온 것 같은 짐작이 들었다.
27:18 그래서 끈에다 추를 달아 내려보았더니 물 깊이는 스무 길이었다. 좀더 나아가서 다시 재어보았더니 열다섯 길이었다.
27:19 우리의 배가 암초에 얹힐 염려가 있었기 때문에 고물에서 네 개의 닻을 내려놓고 어서 날이 밝기를 기원하고 있었다.
27:20 그러나 선원들은 배에서 빠져 나갈 속셈으로 이물에서 닻을 내리는 체하면서 거룻배를 물에 띄웠다.
27:21 그 때 바울로가 백인대장과 군인들에게 "저 사람들이 이 배를 떠나가면 당신들은 살아날 길이 없습니다." 하고 일러주었다.
27:22 그러자 군인들은 밧줄을 끊어 거룻배를 떼어버렸다.
27:23 동이 틀 무렵, 바울로는 모든 사람에게 음식을 먹으라고 권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. "여러분은 오늘까지 열나흘 동안이나 마음을 졸이며 아무것도 먹지 않고 굶어왔습니다.
27:24 자, 음식을 드시오. 그래야만 살 수 있습니다. 여러분은 머리카락 하나도 잃지 않을 것입니다."
27:25 이렇게 말하고 바울로는 모든 사람 앞에서 빵을 들어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린 다음 떼어서 먹기 시작하였다.
27:26 그러자 사람들은 용기를 얻어서 모두 음식을 먹었다.
27:27 그 배에 탄 사람은 모두 이백칠십육 명이었다.
27:28 모두 배불리 먹고 난 뒤에는 배를 가볍게 하려고 식량을 바다에 던졌다.
27:29 날이 밝자 어느 땅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모래밭이 있는 물굽이가 눈에 띄어 어떻게 해서든지 거기에다가 배를 대기로 작정하였다.
27:30 그래서 닻을 끊어 바다에 버리고 키를 묶었던 밧줄을 늦추었다. 그리고 앞돛을 올려서 바람을 타고 해변 쪽으로 배를 몰았다.
27:31 그런데 두 물살이 합치는 곳에 끼여들어 배가 모래톱에 얹히면서 이물은 박혀 움직이지 않고 고물은 심한 물결에 깨어졌다.
27:32 그러자 군인들은 죄수들이 혹시 헤엄쳐 도망갈까 해서 그들을 모두 죽이려고 계획을 짰다.
27:33 그러나 백인대장은 바울로를 살릴 생각으로 군인들의 의견을 꺾고 헤엄칠 수 있는 사람은 먼저 뛰어내려 육지로 올라가라고 명령하였다.
27:34 그리고 나머지 사람은 판자쪽이나 부서진 배 조각에 매달려 육지로 나가라고 명령하였다. 이렇게 해서 우리는 모두 무사히 육지로 올라오게 되었다.
27:35 육지에 무사히 오른 우리는 그 곳이 멜리데라는 섬인 것을 알았다.
27:36 그 섬 사람들은 우리를 매우 친절하게 대해 주었다. 때마침 비가 내리고 날씨가 추워졌기 때문에 그들은 불을 피워놓고 우리를 맞아주었다.
27:37 이 때 바울로가 마른 나뭇가지를 한 아름 안아다가 불 속에 넣었더니 그 속에 있던 독사 한 마리가 열기 때문에 튀어나와 바울로의 손에 달라붙었다.
27:38 섬 사람들은 뱀이 바울로의 손에 매달린 것을 보고 "이 사람은 분명히 살인자다. 바다에서는 살아 나왔지만 정의의 여신이 그대로 살려두지는 않을 것이다." 하고 서로 수군거렸다.
27:39 그러나 바울로는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고 뱀을 불 속에 떨어버렸다.
27:40 섬 사람들은 바울로의 몸이 부어오르거나 당장 쓰러져 죽으려니 하고 그를 지켜보고 있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그에게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을 보고는 생각을 달리하여 바울로를 신이라고 하였다.
27:41 그 근처에 섬의 우두머리 푸블리오라는 사람의 농장이 있었는데 우리는 그의 초대를 받아 거기에서 사흘 동안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.
27:42 그 때 마침 푸블리오의 아버지가 열병과 이질에 걸려 앓아 누워 있었는데 바울로가 그에게 가서 기도하고 손을 얹어 낫게 해주었다.
27:43 그랬더니 그 섬에 있는 다른 병자들도 찾아왔다. 바울로는 그들의 병도 모두 고쳐주었다.
27:44 그들은 우리에게 많은 선물로 갚아주었고 우리가 떠날 때에는 항해에 필요한 물건들을 배에 실어주었다.